
송진권 시인의 시집 <어떤 것>에 수록된 시 '심심할 까봐' 다.
나는 가끔 빨래를 널 때 옷이 바르게 널려 있지 않으면 그 옷의 주인이 힘들어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바지랑 윗옷들은 가지런히 널었다.
옷이 옷 자체로 보이는 게 아니라 쉬고 있는 옷의 주인 같았다.
그래서 그 주인이 잘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를 읽으니 그런 생각을 했던 옛날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여기 시의 화자는 아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사진 속 할아버지를 살아있는 모습으로 생각하고 옆에 사진을 놓아둔다.
하물며 옷을 살아있는 존재 그 대상처럼 여겼던 내가 사진을 그냥 넘겼을 리 없다.
나도 돌아가신 시부모님 두 분의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그분들이 정겹게 계시도록.
그리고 방에 들어와 사진이 보일 때마다 인사했다.
어떨 때는 푸념도 어떨 때는 기도도. 어떨 때는 감사를, 어떨 때는 하루 이야기를.
이재 엄마가 가시고 엄마의 사진을 걸진 않았다.
엄마는 내 맘속에 있다.
출근하면서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는 잘 계실까.
엄마 고마워요 하면서.
영화 코코가 생각이 난다.
돌아가신 분을 기억해야 오래 기억해야 좋은 데를 갈 수 있다는 데...
심심할 까봐 의 화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오래 기억하겠지.
아이의 따뜻한 마음과 할아버지의 죽음이 슬픔이 아니라 승화된 것으로 그려져서 좋다.
더군다나 할아버지는 부재가 아니라 그의 곁에 언제나 있는 함께여서 좋다.
난 이 시를 읽으며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를 추억할 때 엄마의 손주들이 이렇게 느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송진권 <어떤것>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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