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
까만색 크레파스
민트앤북
2024. 8. 2. 18:12

까만색 크레파스
오늘은 나,
세상에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싶어.
오늘 나를 부르려거든 제발
까만색 도화지를 준비해 줘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안진영
오늘 읽은 시는 '까만색 크레파스'다.
어린 시절 까만색을 좋아했다.
화려함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검은색을 선호했다.
그리곤 까만색은 모든 걸 다 포함하잖아.
그러면서 포용력이 넓은 척했다.
근데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세상에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의 표현이었던 거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모든 걸 다 품어내는 것처럼
다 감싸 안으며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던 거다.
문득 시 한 편이 옛 추억을 소환했다.
그럼 지금은?
조용히 보다는 열심히, 가만히보다는 열정적인 걸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검은색을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얀색 크레파스
난 어떤 색 도화지든 다 좋아
다 해친지고 싶어
하얀색만 아니면 돼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안진영
까만색 크레파스와 같이 읽으면 좋은 시다.
어떤 곳이든 다 어울리고 싶다.
어떤 색이든
근데 하얀색은?
내가 없어진다. 존재가 안 보여.
나를 봐주는 내가 있다는 걸 알아주는 다른 색과 함께 있고 싶어.